의자에 묶여 수업받는 장애아 "공립 유치원 학대 의혹" 논란

의정부의 한 공립 단설 유치원에서 장애 아동을 벨트 달린 의자에 묶은 채로 보육했다는 학대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0일 의정부경찰서와 의정부교육지원청,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N유치원에 자녀 A(만4세)군을 보내는 학부모 B씨는 지난 25일 참관수업을 갔다가 아이가 의자에 묶여 수업을 받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채로 돌아왔다.

'펠란-맥더미드 증후군'을 앓는 탓에 발달이 느린 A군은 현재 정신 연령이 9개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참관수업에서 돌아온 B씨는 유치원 홈페이지에서 그간의 수업 사진 등을 통해 A군이 내내 '벨트 의자'에서 수업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항의도 해봤지만, 특수장애 아동을 관리하기 위한 교육방식이라는 유치원 측 답변에 결국 경찰에 아동학대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B씨는 "해당 유치원 장애반에 입학시키기 위해 1년이나 기다려 간신히 보내게 됐는데, 모든 원아들이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받을 때도 우리 아이만 묶어놓고 자유를 박탈했다"며 "충분히 앉아있을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묶인 채로 보내는 바람에 아이가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행동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치원 측은 일반적인 특수장애 아동의 교육에 활용되는 의자로, 미리 동의도 구했다는 입장이다. N유치원 관계자는 "특수학급을 위해 구비한 교실용 보조의자"라며 "특수장애 아동을 관리하기 위한 '개별화교육안'에도 의자 사용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학부모의 서명도 받았다"고 말했다.

조사에 나선 의정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동 학대가 밝혀지면 감사를 통해 해당 유치원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학대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낮다"며 "다른 유치원에서도 특수 아동에게 벨트 의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 B씨는 "벨트가 달려 묶인 상태로 앉아있어야 하는 의자라는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보통 아이들이 앉는 의자인 줄 알았다"며 "장애 아동의 '기어다닐 권리'와 자유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보육이 맞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의정부경찰서에서도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중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인일보/김연태·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