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生과 性은 무엇입니까…연극 '킬 미 나우'
오경택 연출 "3년 전보다 민감한 주제 공론화돼"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성욕을 아는 체하긴 쉽지 않다. 하물며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면,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한 연극 '킬 미 나우'는 이처럼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장애인의 성(性)과 안락사(조력자살), 불륜, 차별 등 현대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하는 문제를 망라한 이야기는 서글프다. 그러나 2013년 원작이 탄생한 캐나다에서도, 2019년 이곳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극은 아빠 '제이크'가 선천적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 '조이'를 목욕시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혈기왕성한 열일곱살 조이는 시도 때도 없이 발기하는 성기가 부끄럽다. 아빠 앞에서도 녀석은 단단해진다. 제이크는 보통 사람들도 겪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아들을 달랜다.
제이크의 삶도 어딘가 부서진 지 오래다. 과거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아내를 잃은 그의 원래 직업은 작가다. 그러나 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 보면 좀처럼 글 쓸 시간이 없다. 주 1회 만나는 유부녀 '로빈'을 통해 몸과 마음의 위안을 얻을 뿐이다. 이들 부자에게 기쁨을 불어넣는 인물은 제이크의 여동생 '트와일라'와 조이의 유일한 친구인 장애인 '라우디'다.
어느 날 제이크는 자신이 몸이 굳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다. 앞으로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괴로워하던 제이크는 아들의 자위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혹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제이크를 성적 학대로 혐의로 고발할까봐 가족들은 마음을 졸인다. 트와일라는 오빠의 결정을 이해하면서도, 또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내몰린 가족에게 어떤 앞날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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